높아져만 가는 고물가 시대에 먹는 것도 아깝고 월세는 또 왜 이리 비싼지, 아마 이 글을 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적으로 공감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글에서는 최대한 집 주인과 얼굴을 안 붉히면서 월세 깎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월세 깎는 방법에 대해
필자는 공인중개사로 있으면서 여러 고객들을 상대해 왔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많긴 하다. 무례한 사람부터 해서 이렇게까지 친절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사람도 만나봤다.
중개사 입장에서는 친절한 사람한테 조금 더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불변의 진리이다. 사람 마음이 다 그렇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사람이 무언가를 요구하였을 때 최대한 맞춰드리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그중 하나가 월세 또는 보증금 등의 금액 조정이다.
주택이나 상가 등 여러 부동산을 중개해오면서 제일 많이 요구해 오는 게 바로 "금액 절충"이다. 중개인으로서의 숙명이라고나 할까. 허나, 간혹 고객 스스로가 알아서 잘 깎는 사람도 여러 있었다.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
그 사람들의 공통점을 바탕으로 아래에서 월세 깎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그전에 앞서 이 방법은 맞고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아 이런 방법도 있구나'하며 글을 읽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1. 월세는 정찰제가 아니다, 쫄지 말자
거의 대부분의 임대인(집주인)은 월세를 제시할 때 픽스해 놓지 않는다. 희망가라고 생각하면 쉽다. 쉽게 말해, 우리가 시장에서 상추 하나를 사더라도 이 집 가격, 저 집 가격 다 다르지 않는가.
처음 제시한 금액 그대로 수용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쫄지 말자 이 말이다. 여유로운 태도와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상대를 대해보자.
조금 더 팁을 주자면, 첫인상이 중요하다. 집을 보러 갈 때 만약 임대인이 있다면 최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면 좋다. 단, 집이 마음에 들더라도 얼굴에 다 드러나지 않게 조심하자. 그 순간 중개사와 임대인은 한 팀이 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첫인상을 좋게 남기라는 것은 예의를 갖추고 자신감있는 목소리와 당당한 자세로 대하라는 것이다. 필자가 앞서 말한 알아서 잘 깎는 사람들은 전부 매너가 아주 좋은 사람들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 협상을 들어가봐야 하지 않을까? 이어서 보도록 하겠다.
2. 맥시멈으로 질러보자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누가 만든 말인지 참 잘 지은 것 같다. 실무에서도 완벽하게 먹혀들어가는 구절이다. 월세를 잘 깎고 싶다면 일단 웃으면서 최대한 많은 금액을 제시해 보자.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하면 모두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금액 제시를 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증금 2,000만 / 월 60만"이라고 가정했을 때, 10만 원을 깎아 달라고 제시해 보는 것이다. 당연히(?)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웃으면서 말하는 사람에게 성질을 내고 자리를 박차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만약에 그럼 사람이라면 차라리 잘 됐다 하며 계약을 안 해도 된다. 집주인을 잘 만나는 것도 사실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래 글을 참고하면 왜 그런지 알게 될 것이다.
집주인도 60만 원이라는 월세도 사실 맥시멈으로 말한 것일 수도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흔히 하는 말이 있는데, "네고 없는 장사가 어디 있나"라는 말이다. 집주인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그 금액에 먼저 시장에 풀어봤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절대로 민망해하지 말자. 월세 깎는 데에 규칙이나 법으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니 말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월 55만 원 또는 52~53만 원 정도로 협의가 잘 될 수 있다. 사실상 2만 원만 깎더라도 1년이면 24만 원, 2년이면 48만 원이다. 우습게 볼 금액이 아니다.
3. 최대한 친절하게
중복된 말일 수 있지만 월세를 깎을 때 정말 태도가 중요하다. 건방진 자세로 깎아달라고 하면 입장 바꿔서 누가 깎아주겠나. 그러니 최대한 친절하게 끝까지 대해야 한다.
그리고 절충 협의가 들어갈 때 한번 안 된다고 해서 바로 포기하지 말자. 아니 두 번, 세 번, 안 된다고 해도 쉽게 포기하지 말자. 절실함이 필요할 때이다. 그러다 보면 집주인도 사람이기에 진정성이 보인다면 다만 얼마라도 깎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팁을 조금 주자면, 신축 주택이 아닌 경우에만 해당이 되는데 "제가 들어와서 도배나 기타 더러운 곳 사비 들여서 손 좀 보겠습니다. 그러니 조금 깎아주세요"라는 식으로 접근해도 좋다. 내 집을 깨끗하게 한다는데 누가 마다할까. 더불어 "나갈 때도 깨끗하게 하고 나갈 테니 생각 좀 해주세요"라며 한번 더 멘트를 날려보자. 뭐, 당연한 말이라 하기 싫을 수 있지만 어차피 저 몇 마디 하는데 돈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러면서 대화의 물꼬를 트며 집주인 간(?)을 보며 협상을 주도하도록 하자.
잠깐의 힘듦으로 몇십만 원을 깎을 수 있다는 걸 꼭 명심해라. 그리고 최대한 친절한 태도로 일관해야 한다는 것도 명심하자.
4. 안되더라도 좋은 인상 남기기
정말 열심히 깎으려고 했는데도 안 되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땐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일단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한테 뺏길 수도 있으니.. 그리고 잠깐이나마 시무룩하고 좌절한 모습을 보이면 좋다. 아주 잠깐이다. 너무 구차하게 계약 내내 하면 오히려 독이다.
집주인도 아마 신경이 쓰일 것이다. 물론 그날 하루만 신경 쓰이고 다음부터는 신경 안 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훗날을 대비하는 것이니 지금 당장은 물러서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월세 계약은 2년이다. 한 달, 두 달 그 이상 살다가 다시 한번 절충해 보자. 여기서의 팁은 월세를 낼 때 당연히 밀리지 말아야 하며, 되려 하루 전에 월세를 입금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소한 것 하나로 인해 집주인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필자가 실제 결혼 전 혼자 월세 살 때 써먹었던 방법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 방법이 먹혔다.
그래도 씨알도 안 먹히는 집주인이 있다. 보통 웃으면서 난처한 척을 하며 거절을 하기 일쑤이다. 뭐, 이럴 땐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해볼 때까지 해봐야 나중에 다른 집을 구할 때 좀 더 수월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마치며,
지금까지 월세 깎는 방법 및 요령에 대해 알아보았다. 글 서론에 언급한 것처럼 월세 깎는 것에 대해서는 정답이라는 건 결코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사람 간의 일어나는 일이기에 충분히 대화나 상황에 따라 깎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오늘 전해드린 이 팁들을 잘 정리하여 협상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겠다. 그리고 협상에 실패했더라도 낙심하지 말자. 협상을 시도했다는 자체로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한 거니까.